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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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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춘기를 사로 잡은 배우들 .그들의 처음
작성자 안순아 작성일 2022-08-30 조회수 246

"안 간다고. 오늘 친구들이랑 축구하기로 했단 말이야"



사춘기 아이를 끌고 공연을 보러 다닌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인줄 알지만 지인을 핑계로 아이를 꼬셨다.

"이건 그냥 연극이 아니라니까. 너 아는 사람이 나오는 연극이라고. 너 이런 기회가 흔한 줄 아니? "

 

아마도 아이가 떠올린 것은 엄마의 극성으로 끌려 다니며 볼 수 밖에 없었던 '영웅'이나 '집으로' '지킬앤하이드' 등의 전문 뮤지컬 연극이었을 것이다. 뒤통수 맞아가며 본 연극이 좋은 기억으로 남을리는 없었겠지만 그래도 스마트폰 화면에 갇혀 사는 아이를 구하기 위해 이리 저리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사춘기의 '지랄총량의 법칙'이 최고치를 찍는 중2가 되었을 때, 더 이상은 무리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 때 아는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온 것이다. 부랴 부랴 공연관람과 게임팩을 합의하는 극적인 성사 조건으로 토요일 오후 아이를 밝은 햇살로 끌고 들어갔다. 



"허 참, 뭐가 코미디라는거야" 잔뜩 허세를 부리며 절대 어떤 짓을 해도 난 웃지 않을 것이라는 정신을 보여주던 아이는 초반부터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투덜 투덜 거리던 녀석이 자기 또래와 비슷한 아이들이 나오니 몸을 앞으로 내밀기 시작한 것이다. 사춘기 녀석은 배우들의 실수가 터닝포인트가 된 듯,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려고 했고 어머니의 낭독에 눈물을 삼키려 했다. 나 또한 마스크 사이로 눈물이 들어가려는 것을 막기 위해 얼른 눈물을 훔쳤다.



"엄마, 설마 우는거야? "

"아니야. 갱년기라서 그래. 너야 말로 안 웃기다면서 왜 웃냐?"

"사춘기라서 그런다"



서로 티키타카 속삼임을 주고 받으며 마지막 시상식까지 사진을 찍던 아이는 나보다 더 흥분한 것 같았다. 

"엄마, 빨리 찍어. 지금, 지금 나오고 있잖아. 아참, 고물핸폰 좀 바꾸라고. 왜 이렇게 전원이 늦게 들어와. 다 끝나고 들어 오겠네"



늦은 점심을 먹으며 연극의 내용에 대해, 배우들의 열정어린 모습에 대해, 실수에 관대했던 관객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용에 대한 감상이나 혹은 배우들의 태도에 대해 실날한 비판이 이어질 것을 기대 했는데 뜻밖에도 아이는 이런 질문을 던졌다.



"엄마, 돈주고 본 것과 아닌 것의 차이가 뭔지 알아?"



아마츄어적인 실수와 인간다움이 묻어났던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나? 난 어떤 답을 해 줘야 하나? 



"우린 돈을 주고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거야. 실수 할 수 있는 기회...그리고 그 기회가 그 사람들과 우리를 연결되게 만드는거지.진실된 관람을 할 수 있게. 박수 쳐 주고 더 용기내서 잘하라고. 우리 모두는 그걸 알고 있는거야. 그리고 우리도 행운인거지. 그들의 첫 열정을, 그 다듬어지지 않은 순수한 열정을 단 한번 볼 수 있었던. 그 처음을 같이 한거잖아 " 



아이는 아무렇지 않게 국수 가닥을 헤집으며 이야기 했지만 이 순간, 게임팩 열개라도 사주고 싶은 엄마 마음은 가늠하지 못했을 것이다. 



"엄마는 반대로 나이든 분들의 열정이 부럽더라. 엄마는 과연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이 갱년기 나이에 뭐라도 배우고 싶고 하고 싶은게 있기는 한 걸까? 갑자가 잘 살아온 인생, 잘 살아갈 인생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엄마, 일단 저질러. 실수해도 박수 쳐 주잖아. 그러니까 나도 연기를 배울 수 있는거지"



아름다운 이야기를 뒤로 하고 "그러니 너도 학생으로서 기회가 있을 때 공부하고 배워라"를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실수하며 배우고 열정을 불태웠던 배우들에 대한 모독이 될까봐.  



난 오늘도 사춘기 아들과의 고군분투에서 실패하지 않았다. 갱년기 엄마가 한 수 위라는 것을 가르쳐 주었으니... 

그리고 그들의 처음을 같이 할 수 있었던 시간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



 ​


  • 공연단 2022-09-22

    안녕하세요 수원시립공연단입니다~ 수강생분들의 첫 열정과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특히, 자녀분께서 그 열정을 알아보고 박수를 보내주셔서 큰 감사와 보람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더 좋은 공연과 교육 프로그램으로 찾아뵐테니 많은 기대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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