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의 소리
| 제목 | 수원시향과 함께 한 봄밤의 라흐마니노프와 말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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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이현수 | 작성일 | 2017-04-05 | 조회수 | 1842 |
| 4월 한 달만 키워도 봄 푸성귀를 먹을 수 있다고 밭에 나가 바람을 맞은 아내는 연주회장에 가려고 집을 나설 때부터 몸에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연주회 하루 전날 불었던 봄바람이 몹시도 요사스러워 걱정이 되던 참이었다. 하지만 연주회를 포기하기 싫었고 그럴 수도 없었다. 말러의 교향곡 7번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었지만 실연으로 처음 듣게 될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은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조금이라도 바람을 덜 맞게 하고 싶어 시간을 늦춰 집을 나선 게 잘못이었다. 수원의 동남쪽 끝 영통에서 서북쪽 끝에 있는 SK아트리움까지 가려면 길이 막히지 않을 때도 30분이 좋이 걸리는 거리인데 퇴근시간이 겹치는 연주시간에 맞춰 집을 나선 까닭에 거북이 진행으로 한 시간을 너끈하게 잡아먹히고 말았다. 하기야 그것이 싫어 SK아트리움을 가지 않게 되었다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감기를 무서워하지 않고 찾아가게 하고 길이 막히는 것을 짜증스러워하지 않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음악을 나보다 더 좋아하면서도 가지 않는 이들이 있을 것이고 절친한 사람을 만날 수 있어도 찾아가지 못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며 들이는 시간만큼 얻는 것이 있을까 셈 빠르게 계산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지만 아는 사람도 없고 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으면서도 찾아가는 까닭은 모르는 것이 조금씩 부서져나가는 것을 느낀다는 것과 그럼에도 모르는 게 훨씬 많다는 것을 사실을 더 알아가게 되더라는 것, 그리고 그런 중에 저절로 눈에 들어오고 귀에 들어오는 것들이 생기는 생생한 체험 때문이다. 협주자가 갑작스럽게 교체되었다는 소식에 조금 실망을 하기도 했다. 유명 국제 콩쿨 우승자의 연주를 들을 수 있다는 기대가 무산된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신 나선 한지호의 연주는 내 귀에 전혀 손색이 없었다. 한지호가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들으면서 피아노가 ‘오케스트라에 버금가는 소리를 낸다’고 하는 말의 뜻을 처음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라흐마니노프가 미국이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자신의 역량을 보여주기 위해 작곡가로서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쏟아 만들었다는 피아노 협주곡 3번은 라흐마니노프에 의한 초연 이후 20년 가깝게 후속 연주자가 나타나지 않았고 당시의 그런 상황은 사람들 입에 ‘봉인’이란 말로 회자되었다. 그랬던 곡을 지금은 집에서 가까운 공연장에서 직접 들을 수 있게 되었고 그것도 루카스 본드라첵의 사고 소식을 듣고 아쉬워했던 것을 잊어버리게 만들 만큼 대타로 무대에 오른 한지호는 정상급 연주자로서 조금도 손색 없는 연주를 들려주었다. 발자국 소리도 들릴 것 같지 않게 가뿐가뿐 걷는 청년의 손가락 끝에서 그런 무시무시한 폭풍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객석은 한지호의 열정적인 연주에 감동하고 환호했다. 그러다가 곡명도 모르는 앵콜곡 연주를 들으면서 흥분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한지호의 차분한 연주가 마치 봄밤의 바람까지도 훈훈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클래식아카데미 강사 송현민은 이번 연주회에 대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남지 않는 장사’라고 말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이 50분에 가까운 연주시간을 가진 곡인데다가 말러의 교향곡 7번 역시 80분을 넘나드는 대곡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고, 지휘자와 연주자들이 체력적으로도 단단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는 게 그의 걱정이었다. 그러나 수원시향이 연주하는 말러 교향곡 7번은 그의 설명처럼 어렵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끊어져 들리는 소리는 끊어진 소리대로 이어져 들리는 소리는 이어진 소리대로 알 수 없는 소리들만큼이나 짐작 가는 소리들이 있었고 숨겨진 왈츠 박자가 귀에 들어오는가 하면 ‘밤의 노래’일 수밖에 없는 멜로디들도 귀 바깥으로 흘러버리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맨 처음 클래식음악을 듣기 시작했을 때 가요를 들을 때는 아주 쉽게 뭉클거렸던 가슴이 생명력 긴 격조 있는 음악을 들으면서도 왜 미동조차 하지 않는지 답답했었다. 지금도 여전히 가요를 들을 때 같은 즉각적인 공감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클래식음악과 공유한 내 시간의 길이가 그 정도밖에 되지 않아 그럴 것이다. 그런데도 절망보다는 희망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크다. 소리가 조금씩 귀에 들어오고 연주자의 얼굴이 한둘씩 눈에 들어오는 것처럼 음악이라는 문장을 이해하는 내 독해법도 그렇게 조금씩 늘어나게 될 것을 믿기 때문이다. 어젯밤 연주를 한 악장도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곳 없이 들을 수 있었던 것이 수원시향의 연주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음악에 대한 내 이해의 향상 때문이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그러나 어느 것이 되었든 그 모두가 수원시향의 덕이라는 것 한 가지는 변하지 않는다. 앵콜곡을 연주하지 않았어도 박수를 치는 손을 멈추고 싶지 않았고 연주장을 나설 때는 눈에 띄는 연주자가 있으면 누구라도 ‘수고했다’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닫혀 있는 문을 열고 나오는 연주자는 한참을 기다려도 보이지 않았다.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어깨가 뻐근했다. 힘들면 참았어도 좋을 박수를 사람들 따라 지지 않고 쳐댄 때문이었을 것이다. 교향악축제가 열리는 서울까지 따라가서 들을 수 없는 게 많이 아쉽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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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항상 수원시향 정기연주회에 빠지지 않고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 유의 하시고 다음 연주회때는 건강한 모습으로 됩겠습니다 ^^
artsuwon 2021-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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