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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말러 시리즈 - 두려움 없이 내디딘 대장정의 첫걸음
작성자 이현수 작성일 2016-10-14 조회수 1458
두려움 없이 내디딘 대장정의 첫걸음 : 그레이트 말러 시리즈 제1탄 교향곡 1번을 듣고 2013년 수원시향의 차이코프스키 사이클 때부터 시작된 내 일천한 음악여정에 있어 말러는 지금까지 넘어보려고 마음먹어보지도 않은 절벽 같은 것으로 남아 있었다. 기성 애호가들의 선호가 어떻든 귀가 반응하지 않는데 마음이 동할 리 없었고 들어야 할 곡이 들어본 곡보다 더 많은 내게 말러는 사실 그리 급할 것도 안타까울 것도 없는 작곡가였기 때문이다. 말러의 교향곡 1,2 번 두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본 것도 수원시향의 말러 시리즈가 시작되기 일주일 전부터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상했던 것과 달리 들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때 받은 느낌에 스스로도 놀랐던지 혼자 쓰는 블로그에 이런 글을 써두었다. '오는 목요일(10/13) 밤, 수원시향이 말러 교향곡에 대한 첫걸음을 내디딘다. 한두 해에 끝낼 수 있는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 것 같은데 조급해하지만 않는다면 음악을 듣는 내 귀가 말러 시리즈와 함께 조금씩 열려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호사好事에 다마多魔랄까 시작 이후 한 번도 빼먹은 적 없었던 정기연주회를 그것도 말러 시리즈의 첫 연주회에 참석하지 못할 수도 있는 일이 생겼다. 그런데 입을 열어 도움을 청하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는 일이 노심초사 속에 입을 다물고 있었는데도 해결되는 작은 기적이 생겼고 우리 부부가 수원시향과 함께 '그레이트 말러 시리즈'의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 한 사람이 내 블로그에 댓글을 남겼다. '대곡이고 풀 편성에 웅대하기 그지 없는데다가 현 또한 연습 많이 해야되는 곡인데 재밌겠네요.' 처음 그 댓글을 읽었을 때 나는 연주자인 그의 말을 내게 재미있을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하지 않았다. 그 역시 내가 아직 말러를 듣기에는 이르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무슨 뜻이었을까? 첫 도전에 나서는 지휘자와 연주자들에 대한 긍정적 응원의 뜻을 먼저 생각할 수 있었고 '수원시향이?'와 같은 약간 회의적이고 방관자적인 뜻으로서의 '재밌겠네요'를 떠올리면서 댓글을 남긴 지인의 진짜 의중을 궁금해하면서도 그러나 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 말의 진짜 뜻을 묻지 않고도 알 날이 올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런에 예상했던 것보다 그 시간이 너무 이른 시기에 찾아왔다. 말러의 교향곡 1번으로 첫 발을 내디딘 수원시향의 어젯밤 연주회를 듣고 난 그 자리에서 바로 '재밌겠네요'라는 지인의 말에 담긴 뜻을 알 수 있었다. 1년 반이 조금 넘게 걸리는 긴 시간에 걸쳐서 모두 열 곡의 교향곡을 연주하게 되는 시리즈의 첫 날, 김대진 감독과 100명이 넘는 대규모 연주단의 모습에서 연습만큼 해내지 못하는 것 같은 불안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고 2악장을 넘기지 못하고 잠들어버린 옆 좌석의 한 젊은이와 달리 우리 부부 모두 음악에 깊이 빠져 1시간을 집중할 수 있었는데 대단한 도전이기는 지휘자와 연주자와 감상자인 내가 다를 것이 없었고 첫 연주에서 이미 그 셋이 모두 용기가 필요한 도전에 대한 귀한 결과를 얻었으니 그들 모두에게 '재미있고 의미 있는' 도전이자 대장정의 첫걸음으로 해석한다고 해서 그것을 오해라거나 아전인수식 해석이라고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2악장의 서두가 순간적으로 귀를 끌어당겼고 4악장의 끝부분에서 내 안에 쌓여 있던 감동의 덩어리들이 한순간에 폭발하기도 했지만 악장 전체로 내 귀와 마음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은 것은 3악장이었다. 프랑스 민요 ‘프레르 자크(Frère Jacques)를 장송곡으로 변용한 것부터가 인상적이었는데 귀에 익숙한 동요가 무거운 발걸음을 연상시키는 장송의 소리로 바뀐 것을 비롯해서 교양을 벗어던지고 거리에서 벌이는 어깨춤이 절로 나는 육자배기 같은 소리에 이르기까지 3악장 전체에서 같은 소리의 다양한 변주들을 들을 수 있었는데 그것이 내게는 인간세상의 다양한 부류들이 내는 소리를 들려주는 것으로 느껴졌다. 중국의 옛 시인 두보가 「옥화궁」이란 시에서 '대자연의 소리가 진정한 음악이고(萬籟眞笙竽) 가을날 풍경이야말로 참으로 아름답다(秋色正蕭灑)'고 했던 것처럼 세상의 온갖 소리를 남김 없이 음악 속에 담아내고 싶어했던 작곡가 말러가 20대 후반에 만든 첫 교향곡에서 벌써 이같은 담대한 자신만의 세계를 펼쳐낼 수 있었던 것을 보면 말 그대로 하늘이 준 재능을 가진 사람을 가리키는 '천재'는 전 생애를 통해 숙성되는 것이 아니라 생래적으로 가진 민감한 감수성과 표현 능력을 바탕으로 하시라도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자기 몸과 맘으로 걸러 분출해내는 것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음악을 듣는 이들의 마음이 한결같을 수는 없어서 수원시향이 말러 전곡을 연주한다는 소식에 환호하는 이들도 많았을 테지만 말러라는 작곡가에 대한 부담감을 훌훌 떨쳐낼 수 있는 이들 역시 적지 않았을 것인데 게중에 나처럼 무대뽀에 가까운 용기를 내는 이들이 있다 하더라도 혹시나 객석에 빈 자리가 더 많으면 어쩌나 주제 넘는 걱정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객석은 생각보다 많이 비지 않았고 말러를 듣기 위해 온 객석의 청중들은 연주가 끝난 뒤에도 쉽사리 자리를 뜨지 않았다. 좋은 연주에 대한 객석의 박수는 아무리 길어도 길다 말할 수 없는 것이지만 소리가 크지 않은 박수를 치는 내게도 어제는 두 팔이 빠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박수를 도중에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말러의 교향곡 시리즈 첫 무대를 함께할 수 있게 해준 하늘에 감사하고 가까이서 수원시향의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것에 또한 감사하며 다음에 있을 두 번째 연주회를 기대 속에 기다리겠다. '두려움 없이 내디딘 대장정의 첫걸음' 박수에 보태 수원시향의 말러 시리즈 첫 연주회에 바치는 내 가난한 헌사다.
  • artsuwon 2021-02-18

    안녕하세요 수원시립교향악단 입니다. 많은 준비를 해온 연주회가 기대에 부응할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두번째 말러 연주회에서도 좋은 연주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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