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접근성용 바로가기 링크 모음
본문 바로가기

Press Room

게시판 뷰
제목 [위드뉴스][리뷰]이제까지 알지 못했던 말러의 세계 <수원시향 - 그레이트 말러 시리즈 1>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6-10-19 조회수 1252

[위드인뉴스 권고든의 곧은 클래식]

 

지휘자 김대진은 수원시향과 2010년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를 시작으로 2013년 차이콥스키 교향곡 전곡, 2015년 시벨리우스 교향곡 전곡을 무대에 올렸다. 그리고 2016년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김대진의 말러는 논리정연하면서도 자유분방했다 (출처: 수원시향 홈페이지)

 

 

말러의 피아노 4중주?
말러가 피아노 4중주를 작곡한 적이 있었던가? 우리가 아는 말러의 작품은 교향곡과 몇몇 가곡이 대부분이다. 말러가 스스로 성에 차지 않았는지 악보를 파기한 탓이다. 하지만 피아노 4중주는 말러의 엄격한 자기검열을 피해 살아남았다.

 

김대진은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의 첫 무대로 피아노 4중주를 선택했다. 아마도 이제까지 알지 못했던 말러의 신세계로 관객들을 초청하려는 듯하다. 김대진은 이 무대에서 스스로 피아노 파트를 맞아 연주자로 무대에 올랐다. 지휘자 이전에 피아니스트로 한 세계를 이룩한 그다운 선택이었다. 무엇보다 말러 전곡 연주의 대장정을 김대진이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로 시작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날 연주회의 메인 프로그램인 말러 교향곡 1번과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는 한 음악회에서 연주하는 경우가 잦다.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에 등장하는 주제가 그대로 교향곡 1번에도 등장하기 때문이다. 방황하는 젊은 날의 말러의 이미지는 앞서 연주된 피아노 4중주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어쩌면 김대진은 연주회 1부에서 아직 완성되기 전의 말러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가운데 자신이 함께함으로 스스로 말러와 동화를 시도했다고 볼 수도 있다.

 

이날 무대엔 메조소프라노 추희명이 협연자로 함께했다. 추희명은 깊은 호흡에서 우러나오는 울림과 풍부한 감정 표현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의 목소리는 음영이 뚜렷했으며 격정적인 해석으로 젊은이의 ‘방황’이라는 주제를 명확하게 표현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로만 흘러버렸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었다. 특히 제2곡인 ‘아침 들판을 거닐며’(Ging Heut´ Morgen übers Feld)의 경우에도 아침이 주는 상쾌함보단 격정적인 감정의 흐름이 곡 전반에 가득했다.

 

▲말러는 악보에 연주를 위한 지시어를 상세히 기록했다

 

 

자유분방하고 신경질적이며 폭발적이다
김대진의 말러 교향곡 1번은 자유분방하고 신경질적이며 폭발적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논리정연했다. 자유분방한 연주는 기본적으로 철저한 악보분석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이다. 말러는 악보에 세세하게 지시어를 삽입했다. 이 부분은 어떤 감정으로 연주하고, 어떤 방식으로 연주해야 한다고 자세하게 기록했다. 이런 말러의 자세한 지시는 오히려 다양한 해석의 결과를 낳는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실제로 김대진의 연주를 악보와 비교해보면 악보에 적힌 지시어를 고지식할 정도로 지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템포가 변하는 지점이라든지 강약조절이 악보에 적힌 대로 연주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자유분방한 연주로 들리는 까닭은 그것이 말러의 의도이기 때문이다. 말러 연주의 대가로 알려진 레너드 번스타인 역시 “나의 연주가 자유분방한 것은 말러가 그렇게 연주하길 원하기 때문”이라고 밝힌 적 있다.

 

그렇다고 김대진과 번스타인의 연주 성향이 비슷한 것은 아니다. 정서적인 면에선 유사점을 보이지만 실제 연주는 오히려 최근의 트렌드와 비슷한 면이 더 많다. 전체적으로 깔끔한 사운드를 유지하면 악기간의 분리도를 통해 입체적인 음향을 구사한다. 즉, 전체적인 음향은 노리정연하게 균형이 잡혀 있으면서 표현은 자유분방하다고 볼 수 있다. 한 마디로 냉철한 이성과 뜨거운 열정이 공존하는 연주다.

   

각각의 곡이 어우러지는 시너지
이날 연주회는 각 곡의 연주도 뛰어났지만 전체적인 프로그램 구성이 빛을 발했다. 피아노 4중주로 시작해 쇤베르크가 편곡한 가곡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신선했으며, 교향곡 1번으로 젊은 말러의 이미지를 완성했다.

 

프랑스에선 지휘자를 ‘셰프’라고 부르기도 한다. 음악과 요리가 밀접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서양의 정찬에서 순서에 따라 제공되는 요리는 서로 영향을 미치며 맛의 동반상승효과를 일으킨다. 음악 역시 어떤 조합으로 어떤 순서로 듣는지에 따라 감동이 배가 되기도 한다.

 

김대진은 같은 음악으로 감동을 배가시킬 줄 아는 지휘자다. 지금까지 수없이 연주된 말러 교향곡임에도 이처럼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것은 그가 연주할 말러 교향곡이 이제까지 알 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일 것이기 때문이다.

 

수원시립교향악단 제246회 정기연주회 <그레이트 말러 시리즈 1>
10월 13일 수원SK아트리움
지휘: 김대진
협연: 메조소프라노 추희명
연주: 수원시립교향악단

 

말러: 피아노 4중주 A단조
말러: 방랑하는 젊은이의 노래(쇤베르크 편곡판)
말러: 교향곡 1번 D장조 “거인” 

이전글 제목, 이전글 작성자, 이전글 작성날짜, 다음글 제목, 다음글 작성자, 다음글 작성날짜로 이루어진표
다음글 [경기신문] 다양한 클래식 세상, 새로운 느낌으로 만나다
이전글 [경기신문] 깊어가는 가을밤, 말러의 교향곡에 취하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