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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위드인뉴스] [리뷰] 전설의 요제프 요아힘과 오늘날의 레이 첸 <레이 첸 바이올린 협주곡 콘서트>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6-09-07 조회수 1567

[위드인뉴스 권고든의 곧은 클래식]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은 젊고 뜨거운 소리의 소유자다.

 

소리만 뜨거운 게 아니다. 2008년 예후디 메뉴인 콩쿠르, 2009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를 연속으로 석권해 그를 향한 관심 또한 뜨겁다. 아울러 그의 바이올린 자체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레이 첸은 1715년에 제작된 ‘요아힘’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니폰음악재단으로부터 대여 받아 사용하고 있다. 이 바이올린은 19세기 가장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라 칭송받는 요제프 요아힘(Joseph Joachim)이 소유했던 바이올린 중 하나다.

 

혹자는 레이 첸을 향한 뜨거운 관심은 사실 전설의 명기(名器)에 대한 관심이며 그의 음색 또한 스트라디바리우스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제아무리 명기라도 좋은 연주자를 만나지 못하면 좋은 소리를 시대하기 힘들다. 좋은 악기의 가능성을 최대로 이끌어 내는 건 온전히 연주자의 몫이다.

 

▲무대 위의 레이 첸 (출처: 레이 첸 페이스북)

 

요제프 요아힘의 유산

요제프 요아힘은 자신의 75번째 생일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가리켜 “가장 풍부하면서도 가장 매혹적인 곡“이라고 밝혔다. 이어 ”브람스 바이올린 현주곡은 베토벤의 곡과 진지함에서 경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요아힘은 유일무이한 바이올린계의 전설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처음으로 연주했고,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역시 초연한 역사적인 인물이었다. 이러한 역사적 의미를 간직한 연주자 요아힘의 바이올린을 들고 오른 무대에서 레이 첸이 브루흐와 브람스의 곡을 연주한다는 건 이 곡들이 요아힘의 유산이기 때문이며 아울러 그 유산을 레이 첸 스스로가 오늘날의 것으로 발전시키겠단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풍부한 표정과 매혹적인 선율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은 서정적인 선율로 가득하다. 특히 2악장의 고요한 울림은 이 곡에서 가장 황홀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레이 첸의 음색 역시 2악장에서 가장 빛났다. 2악장의 선율은 서정적이지만 자칫 너무 끈적하게 흘러버릴 수 있다. 레이 첸은 느린 템포를 경계하며 정갈한 음색으로 연주해 연주가 과도하게 늘어지지 않게 했다. 그렇다고 전체적인 정서를 밝게 가져간 것은 아니다. 브루흐 특유의 애틋함 역시 놓치지 않았다.

 

집시풍의 3악장에 접어들자 레이 첸은 한층 힘차고 대범한 보잉으로 자유로운 연주를 선보였다. 3악장을 위해 1, 2악장의 감성을 절제한 듯한 인상마저 풍겼다. 음악이 가진 악센트를 뚜렷하게 연주해 리듬감을 더하면서도 각 음표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날 반주를 맡은 김대진과 수원시향의 연주도 주목할 만했다. 반주의 역할에 머무르지 않았다. 간혹 유명 연주자의 공연에서 오케스트라가 반주에 머무른 나머지 아무런 인상을 남기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수원시향은 필요에 따라서 전면으로 치고 나오며 레이 첸과 훌륭한 조화를 이뤘다.

 

▲지휘자 김대진 (출처: 수원시향 페이스북)

 

 

현대의 브람스를 들려주다

레이 첸의 소리는 모던하다. 깔끔하고 결이 곱다. 두터운 음색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진 브람스의 곡을 연주할 때도 자신의 소리를 고수했다. 현대적인 소리로 현대적인 해석을 선보인 것이다.

 

흔히 소리가 밝고 정갈하다고 하면 거장의 존재감은 없을 거라고 섣부르게 추측하곤 한다. 하지만 1악장 카덴차(Cadenza)에서 홀로 무대를 가득 채운 레이 첸의 존재감은 젊은 거장이란 표현을 생각나게 했다. 아울러 3악장에서 폭발적인 기교를 선보이기 전에 잠시 달콤하게 스쳐지나가는 악장 정도로 인식되는 2악장을 진지하게 연주하는 모습에서 그가 얼마나 악보를 깊이 있게 연구하는지 알 수 있었다.

 

3악장에서 레이 첸의 독특한 보잉을 볼 수 있었다. 3악장 도입부에서 주제를 연주하는 대목에서 흔히 활을 아래로 내려 긋는 다운 보잉으로 처리하는 부분을 위로 그어 올리는 업 보잉으로 처리한 것이다. 3악장의 시작이 포르테이기 때문에 보통은 다운 보잉으로 시작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다운과 업을 반복하다보면 다운 보잉으로 힘 있게 처리해야 하는 부분에 업 보잉이 걸리기도 하는데 이 경우 많은 연주자들이 한 차례 업 보잉을 생략하고 다운으로 넘어가곤 한다.

 

그런데 레이 첸은 흐름에 따라 업 보잉을 선택했다. 그 이유는 자연스런 흐름에 무게를 두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업 보잉으로도 다운 보잉만큼의 다이내믹을 구사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레이 첸은 이날의 연주에서 순간의 폭발적인 표현보다 전체적으로 자연스런 흐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듯했다. 지휘를 맡은 김대진 역시 일부분에서 지휘봉을 놓고 어루만지듯이 지휘했다. 지휘자가 지휘봉을 놓은 경우는 맨손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이 말은 그만큼 서로의 호흡과 유기적인 흐름에 무게를 놓고 연주했다는 말로 풀이할 수 있다.

 

요제프 요아힘의 바이올린으로 요아힘이 초연한 두 곡을 연주한 레이 첸은 클래식 음악의 전통을 계승하는 동시에 그것을 오늘날의 것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 연주자였다.

 

레이첸 바이올린 협주곡 콘서트

9월 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베토벤: 에그몬트 서곡 op. 84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 G단조 op. 26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 77 



권고든 with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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