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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조선일보] 김대진은 피아노 악마쌤? 제자 개성 살리는 천사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6-06-22 조회수 2543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김대진(54)을 제자 김선욱은 ‘악마 쌤’이라 불렀다. 스무 살을 갓 넘긴 샛별 문지영은 엄한 스승이 무서워 먼저 말 걸어본 기억이 아득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명성은 일본·중국을 거쳐 유럽에까지 퍼졌다. 그에게서 피아노 교습(敎習)을 받으려는 외국 아이들이 줄을 선 상황이다.

피아노 연주에 교향악단 지휘, 예술영재 교육과 더불어 음악원 기악과장까지 음악계에서 그가 보여주는 행보에 누군가는 독식(獨食)·독점(獨占)·독재(獨裁)라는 날 선 비판을 던진다. 정작 그는 한 마리 백조처럼 초연한데. 그랜드 피아노 두 대가 꽉 들어찬 13㎡(4평) 남짓한 작은 방에서 20년 넘게 한결같이 미래의 피아니스트들을 길러내고 있는 김대진을 만났다. 얼마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함께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선배 피아니스트 백건우를 보고 처음으로 ‘나도 이제 취미 좀 가져볼까’란 생각이 들었단다. “그분이 올해 일흔인데, 핸드폰은 잘 못 다루면서 디지털 카메라는 능수능란하게 다루더라고요. 신기한 건물, 특이한 벽돌 찍는 모습이 어찌나 멋있던지….”
 

김대진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한때 '한국 음악계의 모든 길은 김대진(54)으로 통한다'는 말이 있었다. 그럴 만했다. 2006년 리즈 콩쿠르에서 우승한 김선욱,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2위 입상한 손열음을 초등학생 때부터 가르쳤다. 김선욱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입학 당시 희망 지도교수 1·2·3지망을 모두 '김대진'으로 써냈을 정도. 김선욱은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한 또래 피아니스트들 가운데 드물게 유럽에서 전문 연주자의 길을 걷고 있고, 손열음은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로 우뚝 섰다.

'피아니스트 제조기'로서의 위력을 또 한번 보여준 건 지난해 9월. 한국예술종합학교 2학년이던 제자 문지영이 1위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 대회로 유명한 부조니 콩쿠르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1위를 거머쥐면서다. 김대진이 특별한 건 자신의 연주 스타일을 제자에게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폴란드의 한 피아니스트가 김대진 제자 두 명의 연주를 듣고 나서 '같은 곡을 연주하는데도 전혀 다르게 표현하더라'고 놀라워했을 만큼 연주자의 개성을 오롯이 살려준다.

김대진 교수법(敎授法)엔 어떤 특별한 것이 있길래? 클래식의 '꽃'이라 할 피아노 부문에서 눈부신 영재들을 키워내고 있는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만났다. 늘 무채색 말쑥한 옷차림으로 지적인 매력을 풍기는 그는, 새 옷을 사도 3~4년 지나야 꺼내 입을까 말까 할 만큼 패션에 무딘 남자였다. 연구실 벽엔 사연 있는 잡동사니들이 잔뜩 걸려 있었다. "이건 제자들이 '스승의 날'이라고 저한테 준 카드예요. 벽에 걸린 저건 20년 전 졸업생 중 하나가 제 이름 이니셜인 'DJ'를 새겨서 가져온 주걱이고요. 추측컨데 레슨할 때 필요하면 쓰라고 준 것 같아요. 영재원 꼬마들이 피아노를 슬렁슬렁 치다가도 그걸 한번 발견했다 하면 '헉!' 하고 자세를 바로잡더라고요. 하하!"

 

"곡(曲) 대신 사람을 가르친다"

―은은한 멋을 즐기는 패셔니스타 같다.

"전혀 아니다. 꾸미는 데 전혀 관심이 없다. 편해서 늘 이렇게 입는다. 맨날 같은 차림이라 학생들이 유니폼이라고 놀려댄다(웃음). 신발은 일상용·정장용·연주용 세 켤레만 구비해두고 밑창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신고 또 신는다."

―은발이 멋지시다.

"마흔 넘어 새하얗게 변했다. 염색을 한번도 안해서 이 지경인데, 자연스러워서 나는 좋다."

―재일교포는 물론이고 중국에서까지 김 교수에게 자녀를 맡기고 싶어 안달이라고 하더라.

"공과 사를 나누지 않는 내 스타일 때문일까?(웃음) 레슨할 때 곡에 대해 가르치는 시대는 끝났다. 음반이 발에 채일 만큼 넘치고, 유튜브에서 유명 연주자들 실황 동영상을 얼마든지 검색해볼 수 있다. 몇몇 콩쿠르는 생중계도 한다. 그렇다면 나는 무얼 가르쳐야 하나. 저 아이의 타고난 장점이 뭔지 알아내서 그것이 무대 위에서 연주할 때 어떤 형태로 발현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그러려면 같이 밥 먹고 얘기 나누는 시간을 많이 가질 수밖에 없다. 사람은 생긴 대로 치기 때문에."

―생긴 대로 친다니?

"곡을 빨리 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눠보면 말도 빠르고, 밥 먹는 속도나 걸음걸이도 빠르다. 레슨을 음악 외적으로도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그걸 '맞춤 교육'이라 한다. 아이의 천성(天性)을 뜯어고치는 거다."

―어떻게 하면 천성을 바꿀 수 있나.

"객관적 틀 6가지를 만들어 그 틀을 아이가 몸에 장착할 수 있게 이끈다. 어떤 '소리'를 내는지, '박자'를 잘 맞추는지, '리듬감'이 있는지, '프레이징(음악 주제가 비교적 완성된 두 소절에서 네 소절 정도까지의 구분)'에 대한 느낌이 몸에 배어 있는지, '페달'을 깨끗하게 쓰는지, 마지막으로 '끼'가 있는지. 틀을 제대로 갖추면 개성 있게 흥을 담아 치더라도 무너지지 않는다. 물론 고통스럽고 눈물 쏙 빼는 과정이다."

영재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영재는 그런 걸 타고날 것 같은데.

"타고난다. 예를 들어 베토벤 소나타 32번은 베토벤이 삶의 마지막 순간 모든 걸 초월해 쓴 곡이다. 그걸 초등학교 6학년 아이가 이해해서 치더라. 신기해서 '무슨 생각하며 그걸 치니?' 물었더니 '아무 생각 안 했는데요. 그냥 쳤어요' 하더라. 그게 영재다. 내면에 이미 영재성을 가지고 있어서 그 곡을 그렇게 칠 수밖에 없는 아이. 그런 아이한테 객관적 지식을 주입시키는 게 과연 좋을까. 영재는 가르쳐서 되는 게 아니다. 영재성을 갖고 있는 아이는 반드시 눈에 띈다. 소리가, 표현이 다르다. 부모는 그저 많이 보여주고, 많이 들려주고, 많이 만지게 하면 된다. 그거면 충분하다."

―세계 유수 콩쿠르에서 입상하는 아이들의 공통점은.

"흉내낼 수 없는 자기만의 독창성을 갖고 있다. 그저 '다름'과는 다르다. 손열음은 같은 곡을 연달아 두 번 치면서 똑같이 친 적이 한번도 없는 아이다. 김선욱은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아이였다. 피아노 연습만 해도 모자랄 나이에 미술관·박물관 안 가는 데가 없었다. 문지영은 음악에 대한 접근이 남달랐다.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시간 자체를 소중히 여겼다. 말이 없는 편이라 레슨 때에도 자기가 먼저 말 꺼내는 경우는 없었지만 피아노랑은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하고 있구나를 느꼈다. 내면적으로 원숙하고 깊은 표현력을 갖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어둡고 답답한 그늘이 음색에 남아 있어서 아이가 감정을 끄집어내서 청중에게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도왔다. 천성이 참 맑은 아이다 했는데 부조니 콩쿠르 끝나고 나서 심사위원들도 '뷰티풀 소울(beautiful soul)'이라고 하더라."

김대진 교수는 제자들이 그의 옷차림을 보고 유니폼이라 놀려댈 만큼 패션에 관심이 없다. “이상한 성격이죠, 뭐. 물욕은… 물만 많이 마셔요. 아재 개그죠? 하하!”
김대진 교수는 제자들이 그의 옷차림을 보고 유니폼이라 놀려댈 만큼 패션에 관심이 없다. “이상한 성격이죠, 뭐. 물욕은… 물만 많이 마셔요. 아재 개그죠? 하하!” /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아이의 남다른 면을 살려라!

―지난달 28일 폐막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의 심사위원이었다.

"브뤼셀에 가서 길거리에서 오가는 사람들을 하염없이 쳐다봤다. 저마다 다르게 생긴 것만큼 옷도 다 다르게 입더라. 한국 유치원생들은 '친구들과 내가 다를까봐 걱정한다'더라. 서양 애들은 남들과 같을까 걱정한다. 나 역시 은연중에 남과 비슷하게 만들기 위한 교육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본다."

―한때 별명이 '악마 쌤'이었다.

"선욱이가 날 그렇게 불러 화제가 됐는데 지금은 별명 없다. 없을 거다.(웃음) 리즈 콩쿠르 직전 선욱이에게 뉴욕 아파트를 얻어주고 두 달간 감금하다시피 해서 세상과 단절한 채 매일 레슨하고, 연습시켰다. 물론 결과가 좋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삐죽빼죽 튀어나와 있는 나뭇가지를 일률적으로 손봐 놓고선 예쁘게 잘 깎았다고 혼자 만족했던 것 같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발산하는 게 궁극적으로는 독창성인데 너무 잘라버렸달까. 앞으론 아이들 남다른 면을 있는 힘껏 살려주고 싶다." 

―닮고 싶은 '남자'는?

"개성 넘치는 연주로 유명한 두 인물, 캐나다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1932~1982)와 미국의 블라디미르 호로비츠(1903~1989). 원래 그들의 팬이 아니었다. 규범에서 너무 벗어난다고 생각했다. 이제와 보니 요즘엔 찾아볼 수 없는 개성이 뚜렷하더라. 저들의 엄청난 다름 중에 무엇이 있길래 그토록 많은 사람들 마음을 헤집어놓고 공감을 얻었을까…, 지금도 계속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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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향 상임지휘자로 무대에 선 김대진 교수. 그의 지휘는 차갑다 싶을 만큼 절제 있고 깔끔하기로 유명하다. / 수원시향 제공

 

김대진 교수는

―1962년 서울 출생

―미국 줄리어드 음대 졸업

―미국 줄리어드 음대 대학원 석·박사

―로베르카자드쉬 콩쿠르 1위

―클리블랜드·퀸 엘리자베스·루빈스타인콩쿠르 심사위원

―수원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기악과장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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