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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립공연단 제14회 정기공연 ‘사랑을 주세요’ 촬영이 종료된 후 배우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수원시립공연단

"엄마 마음을 열고 날 봐요. 엄마의 얼음같은 맘 녹이고 싶어… 제발 내게 사랑을 주세요."

객석의 불이 꺼지고 조명이 무대를 비추자 벨라(윤명인)가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는 노래를 부른다. 지난 12일 수원SK아트리움 소공연장에서는 수원시립공연단의 제14회 정기공연 ‘사랑을 주세요’ 녹화가 진행됐다. 당초 대면공연으로 기획됐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에 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 공연으로 변경됐다.

세기의 극작가 닐 사이먼의 ‘로스트 인 용크스’를 원작으로 한 ‘사랑을 주세요’는 기존에도 여러 차례 무대에 올랐던 작품이기도 하다. 수원시립공연단은 기존의 공연 틀을 탈피하고자 극에 음악을 더했다. 무대의 시작을 알렸던 ‘사랑을 주세요’부터 제이와 아리의 호기심이 그대로 드러나는 ‘하나같이 뭔가 이상해’, 루이 삼촌과 두 형제가 익살스러운 안무를 함께 선보이는 ‘갱스터 루이삼촌’ 등 다양한 음악극 넘버가 작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제한된 세트를 때로는 거실, 때로는 루이삼촌의 방으로 전환해 연출하는 모습도 볼거리를 선사했다. 극의 주인공 ‘할머니’ 역할을 맡은 유현서 배우가 등장할 때마다 ‘쿵 쿵’ 울리는 지팡이 소리는 순식간에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리기도 하고, 시종일관 투닥투닥 하면서도 아버지를 생각하는 제이, 아리 형제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여느 때라면 가득 찼을 객석이 텅 비어있으니 공연을 관람하는 입장에서도 낯설었다. 대면공연이었으면 분명 관객들의 웃음 소리가 터져나왔을 장면이었지만, 공연장은 조용했다. 마찬가지로 가족간의 갈등이 해소되고 감동을 주는 장면에서도 객석은 조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배우들은 관객들이 가득찬 것 처럼 모든 장면에 최선을 다해 연기했으며, 객석 곳곳에 시선을 던지고 무대를 누볐다.

장용휘 수원시립공연단 예술감독은 "‘사랑을 주세요’는 엄마의 왜곡된 사랑법이 자식, 손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모습과 가족간의 갈등이 풀어지는 과정이 코로나19 시대에 관객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며 "내년에는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된 단편집 등을 다루는 다양한 작품을 계획 중이다. 부디 코로나19가 종식되고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수원시립공연단의 ‘사랑을 주세요’는 오는 12월 말 수원시립공연단의 유튜브, 네이버TV, 카카오TV에 공개될 예정이다.

김유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