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화성행궁 신풍루를 찾으면 언제나 무예24기 시범단의 공연을 만나볼 수 있었다. 정조의 친위 부대인 장용영의 무예를 익혀 전통을 지켜온 이들은 최형국 상임연출을 필두로 화성행궁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상설공연을 보기 어려웠다. 공연 공백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기자가 화성행궁 북군영을 찾아 무예24기 훈련에 동참해보았다. 수원시립공연단이 기획한 이번 체험은 김도윤 수석단원의 지도로 진행됐으며, 여윤혁 연수단원이 도우미로 나섰다.

첫 훈련은 ‘기창’으로 대나무 찌르기였다. 기창을 휘둘러보고 중평세(중간을 찌르는 것)를 배웠다. 무예24기는 약 12㎏에 달하는 갑옷을 입고도 기창·월도 등 성인 남성의 키를 훌쩍 뛰어넘는 각종 병장기들을 손쉽게 다룬다. 그래서 쉬울 줄 알았다. ‘막대 중간 쯤 잡고 휘두르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은 훈련 시작 5분도 안 돼 산산조각이 났다. 김도윤 수석단원이 수 차례 시범을 보인 동작은 아무리 따라하려 해도 쉽지 않았다. 무기의 끝이 목표물을 흔들림 없이 찔러야 하는데, 야속하게도 대나무를 연신 빗겨나갔다. 김 수석단원의 시범에 종잇장처럼 뚫렸던 대나무는 기자가 아무리 찔러도 꿈쩍하지 않았다.

이어서 배운 병장기는 ‘월도’다. 월도를 이용해 ‘갈겨치기’를 했는데, 기창보다 훨씬 무거웠다. 왼손과 오른손을 자유롭게 바꿔 사용해야 하지만 오른손잡이 기자에게는 왼손을 이용한 갈겨치기는 넘을 수 없는 산이었다. 오른손과 같은 동작으로 월도를 움직였다고 생각했지만 우스꽝스러운 자세만 연발했다. 김 수석단원은 "오래 훈련을 한 단원들은 양손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며 "저는 오른손잡이지만, 왼손도 오른손처럼 사용하기 위해 왼손 훈련을 오른손 훈련보다 두 배 이상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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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등패vs곤방 교전 훈련 모습. 김도윤 수석단원이 공격을 하고 있다. 사진=수원시립공연단

세 번째 시간은 ‘표창&등패vs곤방 교전’으로 진행됐다. 김도윤 수석단원과 여윤혁 연수단원이 교전 시범을 보였는데, 시작부터 빠르게 포기 선언을 하고 싶을 정도로 어려워 보였다. 다행히 초보자인 기자는 등패를 공격하고, 상대방의 공격을 방어하는 간단한 동작을 배웠다. 앞의 두 무기보다는 훨씬 가벼웠지만 길이가 긴 탓에 다루기 쉽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김 수석단원은 "곤방은 시범단원이라면 누구나 다룰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병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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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윤 수석단원(왼쪽)의 권법 시범 동작을 반대로 따라하고 있다. 사진=수원시립공연단

마지막으로는 권법 체험을 했다. 현각허이(발차기)·당두포·고사평을 배운 후 권법을 이용한 송판격파를 시도했다. 맨손으로 하는 권법이라 앞의 훈련보다 수월할 줄 알았는데 이 또한 오산이었다. 다리를 뻗어 높이 발차기를 해야 했지만 무릎부터 말을 듣지 않았고, 김 수석단원의 동작을 정반대로 따라하기 일쑤였다. 무예24기 시범단이 우리 전통무예를 지키고 계승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김도윤 수석단원은 훈련을 마치고 "저희가 전통을 이어가는 일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무예를 체험하고 알리는 계기를 만들어 줘서 감사하다. 값진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이날 훈련 체험의 자세한 내용은 수원시립공연단 유튜브 채널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한편 무예24기 시범단은 지난8일부터 상설공연을 재개했다.

김유진기자